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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ive & Cool 산업, 한류 열풍을 잇다

  

 

 

21세기 고부가가치를 주도하는 생활 산업

 
자동차 산업, 전자 산업, 패션 산업 등은 다른 설명이 굳이 없어도 바로 어떤 산업인지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생활 산업은 무엇일까? 단어 그대로 해석해 우리 생활과 관련된 모든 산업을 일컫는 말일까? 중학생을 위한 기술·가정 용어 사전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재화를 생산하거나 편의를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산업’이라고 정의내리고 있다. 좀 더 쉽게 말하면 ‘사람이 일상생활과 관련해 필요한 모든 산업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산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가구, 시계·주얼리, 안경, 가방, 문구, 완구, 주방용품, 운동레저용품, 악기, 뷰티케어용품, 위생용품, 소형 생활 가전 등 12개 범주로 구분할 수 있다.


21세기 들어 생활 산업 분야가 크게 주목받고 있다. 전통적 제조업으로 여겨졌던 생활 산업 분야가 IT 기술, 첨단 소재, 의료,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와 융합하며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변모 중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나이키의 퓨얼밴드다. ‘Just Do It!’이라는 지구상에서 가장 단순하고 선동적인 슬로건으로 소비자와 오랫동안 교감해온 나이키는 시대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정보 기술과 SNS 등을 적극 활용한 제품을 선보였다. 일상생활의 모든 움직임을 ‘퓨얼’이라는 수치로 개산해 보여주는 이 제품은 나이키가 내세우는 ‘일상 속의 스포츠’라는 브랜드 철학을 최첨단 방식으로 전달하는 미디어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 제품에는 작은 팔찌를 넘어서 일상을 바꿀 수 있는 파괴력 있는 플랫폼이라는 평가와 함께 ‘제품의 혁신’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이는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를 미디어, 서비스, 전자제품 브랜드로 확장시킨 혁신적인 시도로 꼽히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유익한 장난감으로 사랑받는 레고 역시 잠시 정체기가 있었다. 1998년 디지털 게임의 광풍에 밀려 설립 이래 최초로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이런 난관을 극복한 것은 레고 마인드스톰 덕분이다. 블록 안에 프로그램이 가능한 컨트롤러가 있는 레고 마인드스톰은 아이들이 조립한 블록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게 했다. 일종의 로봇 개발 키트인 셈이다. 기존의 레고에 IT 기술을 접목해 21세기형 창조적 사고를 북돋아주는 새로운 장난감으로 진화한 것이다.

 
나이키 퓨얼밴드, 레고 마인드스톰 못지않은 모범 사례가 국내에도 있다. 미국이나 일본의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하청업체로 취급받던 30여 년 전에는 상상도 못할 일을 해내고 있는 ‘뽀롱뽀롱 뽀로로(이하 뽀로로)’가 바로 그것. 2004년 프랑스 최대 지상파 채널인 TF1에서 57%의 평균 시청률을 기록한 뽀로로는 국내 애니메이션 최초로 세계 시장의 높은 벽을 넘었다. 3D 애니메이션을 무기로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뽀로로의 경제적 가치만 8천억 원에 이른다. 뽀로로 상품의 누적 매출은 무려 1조 2천억 원이다. 탄탄한 만화 콘텐츠가 캐릭터, 장난감, 아동용 식기 등 다양한 생활 산업과 융합한 결과다. 이렇듯 전통적인 제조업 구조 안에서 성장의 한계에 직면한 생활 산업이 다양한 분야와 융합하며 21세기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화려하게 탈바꿈하고 있다.

 

 

 

 

생활과 디자인 수준을 드러내는 생활 산업

 
선진국에서는 명품 브랜드가 생산하는 제품의 디자인 수준과 가장 보편적인 물건 사이의 격차가 크지 않다.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물건부터 나름의 격이 있다는 이야기다. 한 나라의 생활양식과 정신을 반영해야 하는 일상용품은 그 나라의 이미지를 대변하기도 한다. 세계에 통하면서도 나라를 대변하는 국가 대표 생활 산업 브랜드를 살펴본다.

 


디자인 민주주의를 실천한 가구 공룡, 이케아

 
연 매출 44조 원에 달하는 가구업계의 공룡 이케아IKEA는 전 세계 42개국에 345개 매장이 진출한 세계 1위 가구 회사다. 1934년 잉그바르 캄프라드Ingvar Kamprad가 세운 스웨덴 가구 브랜드 이케아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거의 모든 세간살이를 디자인하고 유통한다. ‘스웨덴식 디즈니랜드’로 불리는 이케아 매장에 들어서면 도무지 지루할 틈이 없다. 대형 주거 전시장이 끊임없이 이어진 무대가 혼을 쏙 빼놓는다. 디자이너 가구 못지않은 모던한 가구와 생활 소품을 저렴한 가격에 고객에게 제공하는 이케아를 두고 흔히 ‘디자인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케아가 다른 가구 브랜드 제품보다 최대 50%까지 저렴할 수 있는 이유는 포장의 혁명 때문이다. 완제품이 아닌 조립식 가구를 납작하게 포장하는 일명 ‘플랫팩’ 방식으로 운반 비용을 줄였다. 지난 12월 18일 이케아는 경기도 광명시 광명역 근처에 한국 매장 1호점을 공개했다. 오픈 첫 날 3만 명의 소비자가 다녀갈 정도로 이케아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증명했다.

 

 

 

 
일본인의 생활양식을 상징하는 일본의 문화 아이콘, 무인양품

 
1980년 슈퍼마켓 브랜드로 출발한 일본의 생활 산업 브랜드 무인양품MUJI은 의류, 가정용품, 가구, 식품 등 일상 생활 전반에 걸친 상품을 기획, 개발, 제조, 유통, 판매한다. 멋이나 치장보다 쓸모, 실용, 편리를 중시하는 브랜드의 이상을 표출하는 무인양품은 ‘브랜드가 없는 브랜드’라는 역발상으로 유명하다. ‘이것이 가장 좋다’나 ‘이것이 아니면 안 된다’가 아닌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기능성 가치를 실현하는 제품을 만드는 데 주력한다. 이유 없이 싼 제품이 아니라 ‘이유 있는 좋은 제품’을 지향하는 것. 심심한 무채색 일색인 무인양품 제품 그 어디에도 로고는 없다. 브랜드의 홍수에 빠져 있던 일본 소비자에게 시대 흐름을 역행하는 무인양품의 전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미국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코카콜라인 것처럼 무인양품은 일본의 정신, 일본인의 생활을 상징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1991년부터 2000년까지 일본 경제 성장률이 0%이던 10년간 무인양품의 매출은 440%, 경상 이익은 1만 700% 성장할 만큼 불패 신화를 이어오고 있다.

 


일상에서 느끼는 이탈리아의 예술 감성, 알레시

 
금속 장인이었던 지오반니 알레시Giovanni Alessi가 1921년 설립한 이탈리아의 생활용품 브랜드가 바로 알레시Alessi다.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는 모토 아래 세계적인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하며 조형적으로 뛰어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이유로 알레시 제품은 대량생산되는 소비재인 동시에 예술 작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1950년대부터 알레시는 사내 디자이너를 두지 않고 세계적인 디자이너와 협업하며 실험적인 디자인 제품을 선보이는 정책을 고수했다. 1990년대에는 금속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나무 등 다른 재료의 비중을 급격히 늘리면서 주방용품 중심의 브랜드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해 책상용품, 욕실용품, 시계와 같은 액세서리, 전자제품에 이르기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식탁 위의 작은 이슬람 사원’이란 별명이 붙은 에토레 소트사스Ettore Sottsass가 디자인한 양념통, 외계 생명체 같은 기이한 형태가 인상적인 필립 스탁Philippe Starck의 쥬시 살리프Juicy Salif, 여자친구 모습을 와인 병따개에 접목시킨 알렉산드로 멘디니Alessandro Mendini의 안나 G 등이 유명하다. 존재만으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제품들이다.

  

 

  

  

 

한국의 생활 산업은 어디까지 왔을까?

 
뽀로로 같은 모범적이고 혁신적인 사례를 제외하면 국내 생활 산업은 국내외 시장과 환경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해 전반적으로 침체되어 있는 게 현실이다. 성장 전략 부재, 인프라 구축 미비 같은 한계 때문에 사양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생활 산업 관련 분야는 총체적인 문제점에 직면한 상황이다. 우선 라이프스타일이 하이엔드 시장으로 변하는 추세인 데도 국내 기업은 여전히 중저가 시장만 겨냥한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제품, 디자인, 품질보다 가격 경쟁력으로만 승부하고 있는 것이다. 개도국이 중저가품 대비 가격으로, 선진국이 고가품 대비 품질 경쟁력으로 세계 시장을 이미 양분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생활 산업의 설 자리는 점점 비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10인 미만 영세업체가 대다수라 기술, 기획, 마케팅, 브랜드 등 거시적인 관점에서 산업에 대한 투자를 못하고 있다. 전반적인 기업 경쟁력 취약이라는 문제뿐만 아니라 생활 산업 생태계 역시 탄탄하지 못하다. 기업이 뿌리내리고 성장할 기반 자체가 부실하다. 국내 생활 산업을 이끌어가고 자극할 만한 선도 기업이 없으니 퍼스트 무버도, 패스트 팔로어도 없다. 기업 사이의 선량한 경쟁이 없는 죽은 시장인 것이다. 주요 생산을 해외 아웃소싱에 기대고 있어 국내 협업 생산 시스템도 거의 없는 상태다. 분야별 지원 센터가 전국에 산재해 시제품 제작, 전문 기업 발굴 등 애로사항이 발생할 때 필요한 정보를 얻기도 어렵다. 이외에 로만손, 코메론, 홍진 HJC 같은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해외 진출에도 소극적이다. <히든 챔피언>의 저자인 헤르만 지몬Hermann Simon은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중소기업과 독일 중소기업의 다른 점은 기술력 격차가 아니다. 한국 중소기업의 문제는 국제화가 안 됐다는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중소기업이 대다수인 한국 생활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 진출에도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또한 해외 시장에도 통할 만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다각도에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세계적인 명품을 만들자, 한국의 크리에이티브 & 쿨 산업

 
총체적 난국에 빠진 생활 산업 기업을 세계적 명품 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정부가 발벗고 나섰다. 지난해 10월 발표한 ‘생활 산업 고도화 대책’이 바로 그것이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생활 산업은 오랜 기간 정체돼 있었지만 아이디어로 사업화하기 좋은 분야이며 지역 경제 활성화나 산업 다각화 측면에서 중요한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생활 산업을 ‘창의적Creative이고 멋진Cool’이라는 의미를 담아 ‘CC산업’이라는 새 명칭으로 부르자고 제안하는 이번 대책에는 미래를 향한 전방위적인 전략이 담겨 있다. 생활 산업 고도화를 위해 정부는 다각도에서 접근한다. 일단 부실한 생활 산업 생태계를 탄탄하게 하고자 한다. 혁신적 아이디어가 창업으로 원활하게 연계되고, 기존 기업의 혁신 소스를 활발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업 및 지원 기관 사이의 협업 관계를 구축하려 한다. 이는 생활산업비즈센터로 구체화할 예정이다. 마케팅 샘플, 운영자금, 사업화 등 현실적인 지원이 이뤄진다. 또한 예비 창업자가 새로운 아이디어와 사업화에 필요한 초기 운영 자금 조달을 위해 미국의 킥스타터, 영국의 클라우드큐브 같은 크라우드 펀딩 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창업 단계뿐만 아니라 이미 자금력을 보유한 기존 성장 단계의 기업에게도 제품 고도화를 위해 아낌없이 지원할 예정이다. 제품 고도화에 적합한 생산 시설 구비에 필요한 자금, R&D 및 인력 개발 지원 등 물리적 지원이 이뤄진다.

 

국내 기업의 수출을 돕는 전문 무역상사나 한류 콘텐츠 관련 기업과 협업할 수 있는 체계도 갖춰 세계 시장 진출의 기반을 다지려 한다. 이번 ‘생활 산업 고도화 대책’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세계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이 큰 17개 생활용품 품목을 중심으로 ‘100대 글로벌 생활 명품’을 발굴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인텔리전트 가구, 스마트 토이, 사물인터넷 기반 헬스 케어 신발 등 미래 라이프스타일을 겨냥한 제품들이다. 기존 생활 산업과 새로운 분야가 융합해 미래 유망 생활 제품군을 도출한 결과다. 한국과 이탈리아 사이에 구축된 디자인 산업 협력 채널을 가동해 이탈리아의 명품 산업 노하우를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세계 시장에 통할 문화적 품질과 감성적 가치를 지닌 구내 생활 제품을 육성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생활 산업 고도화 대책’을 통해 한국의 일상용품이 세계에서 재발견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글 임나리(디자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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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생활 산업 #생활산업 고도화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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