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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찾아라, 디자이너 최병훈

 


 

  

가구의 더 높은, 더 깊은 가치 ‘아트 퍼니처’

 

거실에 소파가 있다. 주거 공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소파지만, 하루 24시간 중 가구를 사용하는 비중은 서너 시간도 채 되지 않는다. 나머지 시간 동안 소파를 조형물로서, 예술로서, 오브제로서 바라볼 수 있다면 소파의 가치는 더 커질 것이다. 이처럼 가구 본래의 사용 목적을 넘어 미적 가치 추구는 물론 또 다른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최병훈 교수가 만들어가는 ‘아트 퍼니처’의 세계다. 현재 홍익대 목조형가구학과의 교수로 재직 중인 최병훈 교수는 모더니즘이 쇠퇴의 기미를 보이던 1980년대, 디자인에도 새로운 시대 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가구의 새로운 길, ‘아트 퍼니처’ 분야를 개척했다. 1996년 한국인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세계의 메이저 갤러리인 파리의 다운타운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 후 지속적으로 서울과 파리를 오가며 개인전을 열고 있으며, 지난 2월에는 뉴욕의 프리드먼 벤다에서 개인전을 열어 그만의 관록을 과시했다.

 

“21세기의 키워드는 융·복합입니다. 디자인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도전으로 인류가 표현해내지 못한 플러스알파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매커니즘, 스타일링만으로는 세계에서 승부하기 어렵습니다. 그저 트렌드를 쫓아가는 데 급급하지요. 지금 우리 디자이너들에게 또 다른 도전, 노력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디자이너의 강한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해

 

대량 생산이 미덕이었던 20세기와 달리 21세기에는 소량으로도 얼마든지 생산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자신만의 뚜렷한 세계를 구축한다면 일군의 소비 계층은 반드시 따라오기 마련이라고 최병훈 교수는 말한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 성공적인 궤도에 올라선 세계적인 디자이너 론 아라드는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작품을 만들어 갤러리를 통해 유통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작품을 본 이탈리아 메이커에서 대량 생산을 제의했습니다. 리미티드 에디션으로서 가치가 있는 핸드메이드 작품은 갤러리를 통해 팔고, 대량 생산한 가구는 일반 매장에서 판매하게 된 거죠. 이는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시장의 모듈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디자이너들도 이와 같은 활로를 모색해야 합니다.”

 

물론 개인적인 역량뿐만 아니라 산업 구조도 밑받침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음악을 듣듯 그림을 사고 파는 유럽이나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가구 문화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디자인에서 신소재는 무척 중요한 요소입니다. 신소재가 트렌드를 끌고 나가기도 하죠. 외국에서는 신소재를 개발하면 톱 디자이너에게 재료를 제공해 만든 제품으로 론칭 발표를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자료 공학 분야와 협력, 코워크(Co-work)가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결국 나라의 산업 기반을 기대할 수 없다면 디자이너 스스로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세계 어디를 가나 젊은 디자이너들은 배가 고픕니다. 그러나 오늘만을 살기 위해 산다면 내일 역시 오늘을 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는 발전적인 미래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디자이너가 의지를 강하게 굳힐 수밖에 없습니다.”

 

 


누구도 쫓아올 수 없는 자신만의 내면세계 구축 필요

 

금세라도 쓰러질 것 같은 계단형 의자 앞에 커다란 돌덩이가 하나 올라가 있다. ‘Afterimage’라고 이름 붙여진 이 작품에서 돌은 의자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명상의 주체, 대상이 된다. 물론 소파처럼 편안한 안락함을 주지는 않지만, 소파 본연의 기능과는 다른 ‘명상’이라는 가치를 담아낸 작품이다. 이 미니멀한 디자인의 의자는 예술성과 실용성의 이분법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으며 현재 비트라디자인 뮤지엄에 소장 중이다. 최병훈 교수는 ‘한국적 색채’라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국수주의적 성향이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자신만의 경쟁력 있는 조형 언어, 미의식에 대한 탐구, 그리고 시대 정신을 갖는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그것이 세계의 톱이 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세계적인 톱 디자이너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창 많은 경험을 해야 할 나이에 암기를 하고 손기술만을 익히는 획일적인 교육 때문이지요. 어느 순간까지는 손기술이 필요할지 모르지만, 세계의 톱이 되기 위해서는 인문학적 소양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골방에 앉아서 열심히 그림만 그리면 되던 시대는 지났다. 많이 여행하고 경험하고, 인문학적 소양을 쌓지 않으면 세계의 중심부로 들어설 수 없다. 이런 인문학적 소양이 결국은 남들이 쫓아오지 못할 자신만의 내면, 정체성을 찾아내는데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며, 성장의 디딤돌이 된다고 최병훈 교수는 말한다.

 

“100년 전의 세계와 앞으로 100년의 세계가 같을 수는 없습니다. 분명 21세기만의 새로운 개념이 나올 것이고, 새로운 용어가 파생될 것입니다.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영역을 확대하고, 더 깊이 있고 가치 있는 방법론을 찾아야 합니다. 디자이너들이 ‘아티스트 마인드’를 Profile키워나가야 하는 필요성이 여기에 있는 것이죠.”

 

 


작품 세계의 새로운 전환기를 맞다

 

지난 2월 뉴욕 프리먼드 벤다에서 열렸던 최병훈 교수의 개인전 <일필휘지, In One Stroke>는 그의 작품 세계에 전환기를 맞게 해준 기회였다. 몇 년 전부터 새로운 작품 세계에 대해 고민하던 최 교수는 뉴욕 갤러리의 관계자와 미팅을 하며 즉석에서 ‘일필휘지’를 선보였다. 서양인이 결코 가질 수 없는 찰나의 개념인 일필휘지는 뉴요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즉석에서 오케이 사인을 받아낼 수 있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우리가 서양인들에게 뒤질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자신감과 확신을 가지고 도전해야 합니다. 문제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 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순(耳順)의 나이를 넘어 이제 겨우 세계 시장에 한 발을 걸쳤다고 이야기하는 최병훈 교수. 앞으로도 파리와 뉴욕을 오가며 세계 시장에 우리의 것을 더욱 알리며 세계의 중심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고 말하는 그는 여전히 창작에 목마르다. 이제 다시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하는 그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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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디자인 #아트 퍼니처 #조형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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