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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p Place에서 디자인트렌드를 읽다#1] 이태원 경리단길

"​힙플레이스에서 디자인트렌드를 읽다"

Series 1. 이태원 경리단길
 

힙플레이스(Hip Place)란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이들, 소위 트렌드세터들이 몰리는 '요새 좀 뜨는 곳'을 일컫는다. 식상하다고 느끼는 순간 뒤도 안돌아보고 떠나는 그들이기에 장사꾼들은 그들의 마음을 사로 잡을 요소를 끊임없이 만들어낼수 밖에 없다. 필자는 이러한 'Hip'하고 'Hot'한 플레이스에 자리해있는 상점들, 특히 파사드 및 간판의 디자인에서 트렌드를 읽어보기로 했다. 그 첫 번째는 얼마 전부터 뉴 힙플레이스(New Hip Place)로 급부상했고, 지금도 여전히 개발중에 있는 '경리단길'. 향후 1년 이내에 과거에 부귀영화를 누렸던 가로수길, 삼청동길 만큼 대세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이태원동의 경리단길을 소개한다.

 
 

경리단길은 녹사평역에서 경리단까지, 그리고 경리단에서 하얏트호텔에 이르는 두 갈래 길을 통틀어 일컫는다. 이태원과 한남동이 약간 도시적이고 세련된 공간이라면, 그 옆으로 비켜서있는 이 곳은 화려하진 않지만 특별하고, 무심해 보이지만 트렌디한게 매력이다. 

 

 ​▲ 경리단길에 9개의 음식점을 오픈한 20대 청년 장진우 (사진출처: 리빙센스)

우선 경리단길을 투어하기 전에 미리 알아둬야 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장진우'. '서울 용산구 회나무로 13가길' 이 길은 행정구역상 명칭보다 '장진우 골목'으로 더 유명하다. 포토그래퍼였던 장진우씨가 3년 전 자신의 스튜디오로 사용하던 공간에 '장진우 식당'을 오픈하면서, 그 뒤로 장진우 다방, 그랑블루, 방범포차, 문오리, 프랭크, 카롱카롱 등 독특한 콘셉트의 음식점 9개가 골목에 들어서있다. 모두 28세 청년 장진우씨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그의 지휘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Trend 1
'올테면 알아서 찾아 와봐라' 건방진 간판 디자인

 

 

 

장진우 곡몰의 간판들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오만방자'이다. 요리조리 둘러봐도 가게의 이름을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자. 하지만, 방문객들은 불만이 없다. 이러한 점에서 이 길의 특색이 드러난다. 지극히 프라이빗(Private)하고 온리원(Only One)주의인 간판 처럼, 상점의 주인들 역시 고객들이 보다 프라이빗한 환경에서 먹고, 구입하고, 쉴 수 있기를 원해 이 곳에 가게를 오픈한 것이 아닐까. 또한 이 곳을 찾아오는 방문객들 역시 그러한 라이프를 원하는 사람들이라 생각해본다.

▲ 장진우가 차린 간판없는 음식점 (좌) 장진우식당, (우) 그랑블루

아무리 찾아도 간판을 찾아 볼수 없어 이 곳이 식당인지, 개인 사무실인지 알 수가 없는 위의 두 곳은 이름하여, '장진우 식당' 그리고 '그랑블루'라는 장진우의 식당이다. 간판이 없는 흔치 않은 파사드에 '왠지 이 곳이 장진우의 식당 같다.'는 느낌이 왔다. 10평 남짓한 이 식당들은 놀랍게도 '원 테이블' 형식으로 8명이 앉을 수 있는 커다란 테이블이 전부다. 그러므로 예약을 미리 하지 않으면 먹기 힘든 곳이다.
 

 ​▲ 작지만 아담하고 깔끔한 까페 'by 92'

 

장진우 거리 끝에 위치한 까페 'by 92'. 분필처럼 새하얀 파사드를 아무리 둘러봐도 가게 이름이 없다. 가게를 돌아 가니 흰벽에 작고 귀엽게 자리 잡은 숫자 92는 도로번지수를 표현한것 같지만, 구씨와 이씨가 운영하는 곳이여서 이름이 'by 92(바이 구이)' 라고 한다. 이런 곳 처럼 장진우골목이 가진 매력에 끌려 장진우 식당이 아닌 곳들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 우리 나라에서 맛보기 힘든 수제 에일 맥주를 즐길 수 있는 곳 'THE BOOTH'

 

도대체 이 가게의 이름은 무엇일까 찾아보았더니, 가게 내부에 그것도 저 깊숙히 들여다봐야만 가게 이름을 알 수 있었다. '
이런 건방진. 맥주와 피자가 맛있으니 봐준다' 라고 중얼거리며 다른 콘셉트를 찾아 발길을 옮긴다. 

 

 

 


TREND 2
무심한 듯 튀게, '색감'으로 승부

 가게를 운영하는 이유는 단언컨데, '상업적 영리를 위해' 즉, 돈을 벌기 위해서이다. 그렇기에 가게 주인은 손님을 많이 모으기 위해 보다 밝은 조명과 멀리서 봐도 눈에 뛰는 간판을 만들려고 할 것이다. 건방진 파사드에 이어 두 번째로 경리단길에서 발견한 파사드의 특징은 바로 돈을 들인듯 들이지 않은, 무심 한 듯 보이지만 튀는 디자인이다. 

 

 

▲ 흰색 벽돌벽에 레드&블루를 대비시키킨 미용실 '드렁큰 살롱(drunken salon)'

장진우식당 같이 과감히 간판을 없애지 않는 이상, 적어도 눈에 띄게는 보여야 한다. 가시성과 주목성을 위해서는 돌출형간판을 쓸법도 한데, 경리단길의 대부분의 간판은 약속이라도 한듯 평면인 벽에 페인트로 무심하게 쓱쓱 칠한 듯한 파사드가 대부분이다. 평면 간판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이목성을 이 곳 상점들은 '컬러'로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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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몬스터 모양 컵케익이 유명한 'MONSTER CUPCAKES', (우) 꼬치 전문점 'YAKITORI BY'

 

위의 간판 역시, 돌출형 간판이 아닌 평면적 간판에 페인트만을 이용해 가게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했다. 블랙과 화이트, 블랙과 레드의 극명한 대비 때문일까. 굳이 할로겐 조명과 네온사인을 설치하지 않아도 멀리서도 눈에 띈다. 

 

▲ (좌) 무지개롤이 유명한 빵집 '프랭크', (우) 경리단길의 대표 마카롱 집 '카롱카롱'

 

위의 두 곳 역시 장진우 사단의 상점들이다. 좌측은 얼마전 새로 리모델링한 프랭크. 전면 파사드에 옐로우와 싱그러운 화분들을 장식해 근처에만 가도 풀냄새가 난다. 마카롱 아뜰리에 '카롱카롱' 역시 기존의 벽돌 파사드를 활용해 인디핑크+네이비 색감을 입혀 촌스럽지 않게 디자인 했다.  

 

▲ 옐로우&블랙의 대비와 입체적인 파사드에 눈길이 절로 가는 갤러리까페 아방가르드(Avant Garde)'

 

경리단길 초입의 이면도로에 위치한 아방가르드는 컨템퍼러리 아트 갤러리다. 갤러리와 함께 카페도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문을 연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젊은 아티스트들 사이에서는 이미 꽤 알려졌다고 한다. 현재 이 갤러리에는 일러스트레이터 잼킴(Jam Kim)의 일러스트 작품과 백종휘 작가의 도자기 작품, 양승진 작가의 Blowing Chair, 팝아티스트 김일동의 코인맨 작품 등이 전시돼있다.


Trend 3
'날 것 그대로' 거친 파사드 디자인
한때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식 노출 콘트리트와 프랑스 파리의 현대미술관 '퐁피두센터'식 노출천장과 같은 거친 느낌의 익스테리어와 인테리어 디자인이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녹이 슨듯한 자재가 많이 보인다.

 

 

 

 ​​▲ 녹슨 철조망을 활용해 파사드를 디자인한 까페 'DELICA'

  

▲ [참고] (좌) 노출 천장이 돋보이는 렌조피아노의 '퐁피두센터' , (우) 안도다다오의 노출콘트리트 건축물

 

'설마, 원래 철이었는데 비가 와서 저렇게 녹슨거야?' 라고 하기에는 깔끔하고 세련된 느낌의 외관. 전문용어로 '내후성강판(코르텐스틸)'이라고 하는 건축외장재을 사용한 파사드가 어딜 가나 눈에 띈다. 이 자재의 인기는 경리단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상업공간이 아닌 오래된 동네에 상권을 형성해서인지, 너무 과하거나 낯설은 파사드가 아닌 세월의 흔적이 묻어난 듯 한 파사드가 눈을 편안하게 했다.

 

▲ ​(좌측부터) 인테리어 사무소 'J Work', 이자카야 '미카', 언제 가든 줄이 긴 '오지상 함박스테이크'

모두 간판 및 문, 외벽에 내후성강판을 사용했다. 이 강판은 시간이 가면서 색깔이 점점 변한다. 1~2년 사이 대기노출시기에는 일반 강처럼 황색을 띄다가 3~4년 정도가 지나면서 적색으로 변하며, 5년이 경과하게 되면 암적색이 된다고 한다. 옷에 녹이 묻을수도 있으니, 이 곳을 지나갈땐 주의하도록 하자.

TREND 4
반면에 대놓고 친절한 간판들

 
​지금까지 내가 찾은 경리단길의 TREND에 반해, 무척 친절한 간판도 있다. 그 앞을 지나쳐도 저 가게가 무엇을 팔고, 먹는 가게인지 한번에 알 수 있는 '친절한 간판씨'를 소개한다.

 

  


누가 봐도 이 곳은 빵집임을 알게하는간판에 눈길이 자연스럽게 멈추게 된다. '빵'이라는 이 빵집은 천연발효빵이 유명해 빵이 나오는 시간이면 줄을 서서 빵을 사갈 정도이다. 심심한 맛의 빵을 좋아한다면 꼭 들러 볼 것.

 

▲ (좌) 국수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풀림분교', (우) 자몽을 주재료인 까페 '자몽'

장진우골목에 위치한 이 곳 역시 단번에 국수를 파는 집임을 알게하는 파사드. 이 국수집의 본명은 '풀림분교'이다. 국수 및 김밥 등의 간단한 분식을 파는 곳. 우측 사진은 위에 '빵'의 바로 맞은편에 있는 '자몽'이라는 작은 까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오직 자몽으로만 만든 자몽쥬스, 자몽빙수, 연유자몽, 자몽에이드를 판매하고 있다.

# 이건 덤 #
​이 글을 읽고 경리단길 투어를 결심한 당신을 위한
  HOT하고 HIP한 추천 군것질

 


① 스페인식 츄로스를 길에서 즐기자 '스트릿츄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츄로스에 대한 상식을 깨는 스트릿츄로의. 어릴 적 맛본 ​놀이동산의 길쭉한 츄로스가 아닌 휘어져있는 '스페인 정통 스타일'의 츄로스를 맛 볼수 있다. 그리 달지 않고 쫄깃쫄깃한 츄러스가 단돈 2,000원. 주문을 받은 직후에야 반죽하고 튀기기때문에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 가게 이름 답게 물론 츄로스가 메인 메뉴이고 음료, 아이스크림도 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2동 557 / 02-792-1489)


② 짐승용량의 커피와 짐승남들이 득실한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 '스탠딩커피'

  

어마어마하게 긴 줄에 단번에 알아보게 되는 '스탠딩 커피'. 특히 여름이면 정신이 번쩍드는 '블루 레몬에이드'를 마시기 위해 아주 긴 줄이 서 있으며, 훈남 바리스타 총각들 덕분인지 여자사람이 대부분이다. 이 집의 장점은 마셔도 마셔도 줄지 않는 신비의 커피! 대용량인데 저렴하기까지 해 둘이 하나 시켜 마셔도 충분하다. 단점을 굳이 꼽자면 가게 이름처럼, 스탠딩 해서 마셔야 한다는 것(인도에 바테이블이 2개 정도 있긴하다). 훈남 총각들이 내려주는 커피 맛은 그냥 '훈훈한 맛' 정도. (서울 용산구 녹사평대로 224-1 / 02-794-0427)

 

③ 오색 향연의 마카롱을 한 입에 쏘옥 '카롱카롱'

  

통아몬드를 갈아 만든 아몬드파우더로 만든 마카롱을 판매하는 곳으로 달콤한 마카롱과 함께 즐기기 좋은 다양한 홍차도 만날 수 있다. 바삭함, 촉촉함, 쫄깃함을 제대로 갖췄으며, 필자는 마카롱을 길거리 음식이라고 생각하기에, 포장해가지고 나와 갓 꺼낸 차가운 마카롱을 한 입에 넣고 돌아다닌다. 모두 맛있지만 매콤달콤한 '와사비맛' 마카롱을 꼭 먹어볼 것!
(서울 용산구 회나무로 35길 16 / 070-8223-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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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Talk

경리단길은 사실 최근에 뜬 길은 아니다. 이미 수년 전, 몇 개의 맛집들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비록 대중교통도 불편하고 주차도 여의치 않지만 서울의 여느 작은 동네 같으면서도, 소소한 매력을 즐길 수 있는 아담한 음식점들의 정취를 즐기러 방문할만 한다. 아마도 바로 옆 북적한 이태원과는 다른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압구정동이나 가로수길에 가듯이 멋을 부리고 가기 보다는, 동네 산책 가듯 편하게 하지만 시크하게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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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보람

사진  김보람

 

▲ 김보람 = 대학에서 실내디자인을 전공했다. 공간디자이너를 꿈꿔 포스코A&C에 입사했으나 현재는 기업과 문화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홍보업무를 하고있다. 디자인, 특히 공간디자인을 통해 기업의 브랜드를 체험하게 해 마케팅으로 직결시키는 BX(Brand Experience) Design에 깊은 관심이 있으며, 소셜미디어의 더 큰 잠재력을 믿기에 A&C 블로그 운영 및 개인블로그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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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인테리어 디자인 #경리단길 #힙플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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