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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과 재창조의 아이콘 업사이클링

업사이클은 재활용의 한계를 넘어서자는 모토로 시작됐다.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에도 불구하고 재활용품은 품질이나 디자인적인 면에서 만족도가 낮았기 때문이다.
자원의 폐기를 방지함은 물론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통해 결과물의 가치를 높이는,
업그레이드와 리사이클을 합쳐 만든 업사이클은 바야흐로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글 박미현 한국업사이클협회 회장, 터치포굿 대표


 

 

 

 

 




우리의 전통 조각보 디자인을 보고 누군가 농담반 진담반으로 “우리는 대대로 업사이클의 피가 흐른다”라고 말했다. 옷을 짓고 남은 천 조각들에 디자인을 더해 조각보라는 새로운 제품군을 형성하였으니 ‘리사이클’과 디자인을 통한 ‘업그레이드’를 모두 갖춘 셈이다. 조각보를 진정한 의미의 업사이클 디자인이라 부를 수 있는 깊은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재료에 대한 마음가짐 때문이다. 자원이 부족하던 시절 자투리 천들은 쓸모없는 쓰레기라기 보다 어떻게든 다시 써야하는 자원 그 자체였다. 소중한 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쓸모있고 아름다운 물건으로 다시 만들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 탄생한 것이 조각보인 것이다. 업사이클 디자인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한다.




다운사이클에서 업사이클로

산업이 발전하면서 대량생산 시대가 오자 상황은 달라졌다. 버려지는 것들을 일일이 신경을 쓰기에는 시간도, 관심도 부족하다. 조금 더 버리더라도 무조건 더 많이 만드는 것이 최고라는 목표가 생겨났다. 디자이너들은 더 이상 공정에 직접 참여하지 않기 시작했고, 그저 샘플 테스트를 거친 제품이 작업 요청서와 함께 생산팀으로 넘어갈 뿐이다. 디자이너가 볼 수 있는 건 오로지 완성된 형태의 제품일 뿐이다. 무엇이 버려지는지는 확인할 방법도 없었고, 사실을 알게 된다고 하더라도 대량의표준화를 지향하는 산업구조에서 크기도 물성도 다른 것들을 다루는 재활용은 비효율적일 뿐이었다.
환경문제가 대두되자 결국 표준화를 만든 것이 바로 한번에 녹이거나 갈아내는 등 소재의 개성을 무시한 재활용 방법들이었다. 헌옷 수거함에 모인 의류를 갈아 공사장에서 쓰는 잿빛의 보온재를 만든다. 심지어 연료로 사용하는 예도 있다. 소재가 가진 물성을 고려하지 않고 억지로 섞어 놓은 이 결과물에 품질이나 디자인을 따지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이런 재활용의 방법을 다운사이클이라고도 부르는 것이다. 이런 재활용의 결과물들은 산업재로 주로 쓰였고 수요가 적고 품질도 가격도 낮다. 재활용 과정에서 자원과 에너지가 추가로 투입된 반면 결과물의 수준과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효율성에 있어서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가 되어 왔다. 이때 등장한 업사이클 디자인은 재활용품의 질과 가치에 대한 편견을 정면으로 반박하며고 부가가치와 희소성을 지닌 디자인 제품으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물론 그 원동력은 디자인의 힘이다. 업사이클은 자원의 낭비를 방지함은 물론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통해 결과물의 가치를 높이는 활동이다. 기존 재활용이 산업 재료의 측면이 강했던 반면, 업사이클링은 소비자가 직접 사용할 수 있는 패션이나 생활 소품이 많다는 것도 특징이다.





한계가 없는 디자인

업사이클 디자인은 소재와 산업에 따라 그리고 디자이너에 따라 워낙 프로세스가 다양하다. 하지만 모든 업사이클 디자인에 공통으로 존재하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원재료화’ 과정이다. 그저 버려질 운명에 처해있던 어떤 폐기물이 소재의 가능성을 보고 메시지를 제품에 담아낼 줄 아는 디자이너를 만나는 과정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많은 디자이너들이 업사이클 디자인은 쉬운 듯 어렵다라고 토로하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업사이클 디자인은 기존 디자인과는 아이디어와 디자인을구체화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기존 디자인 프로세스가 종이나 컴퓨터로 디자이너의 생각을 구체화 한 후 그 이미지를 가장 잘 실제화할 수 있는 소재와 기법으로 제품을 완성한다면, 업사이클 디자인은 소재의 특성을 먼저 파악한 후 그 소재가 가장 잘 구현될 수 있는 디자인을 발전시켜 내야하는 것이다.
이런 접근 방법이 디자이너들의 창조성에 제한을 주는가? 절대 아니다. 오히려 뚜렷한 개성과 특징을 가지고 디자인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업사이클 디자인의 매력이다. 조각보가 우리 전통 속에서 찾아낸 진정한 업사이클 디자인인 이유는 조각천이 저마다 지닌 색상을 조화로운 배치를 통해 아름답게 풀어냈기 때문이다. 방수 소재의 특성에서 출발해 비오는 날에도 걱정없이 맬 수 있는 가방을 만들어 세계적인 업사이클 디자인브랜드가 된 ‘프라이탁’도 마찬가지다. 폐기된 소방호수로 가방과 액세서리 등을 만들고 그 수익금의 일부를 소방관련 공익 활동에 기부하는 영국의 ‘엘리스&크레스’, 대통령선거 현수막을 사용해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디자인적으로 풀어낸 ‘터치포굿’의 오년의 약속 리미티드 에디션 가방 등 앞으로 업사이클이 풀어낼 스토리는 무궁무진하다.




우리나라 업사이클 디자인

우리나라 업사이클 디자인의 본격적인 출발은 2007년이라고 본다. 사회적 기업의 등장으로 의류와 소파 가죽, 현수막 등으로 만든 소품들을 중심으로 의미 있는 시도들이 이어졌다. 점차 군복, 안전벨트, 이면지, 대량 폐기물 등 재료도 다양해지고 문구,액세서리, 가구 등으로 분야도 확산되고 있다. 특히 2012년부터 개인 디자이너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요즘 들어 업사이클링 기업이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업사이클 디자인은 환경보호와 디자인 가치의 발견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우리에게 큰 의미가 있다. 이미 업사이클링으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브랜드와 디자이너들이 존재하고 패션, 건축, 인테리어, 예술, 광고에 이르기까지 많은 영역에서 새롭게 시도되고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막 업사이클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기업이나 산업보다는 1인 디자이너 위주로 전개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지난 해 말 정식으로 설립한 한국업사이클협회도 국내 업사이클 디자인 분야의 발전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단지 의미 있는 시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한 고민으로 시작한 활동이다. 디자인을 통해 비효율성을 극복하고 더욱 발전해가는 방법으로 공동 인프라를 넓히고, 공동 원재료화나 소재 연구를할 수 있는 소재 뱅크를 구축하며, 공동 판매활로를 모색하고 각종 디자인 전문 전시에 참여해 업사이클 디자인을 알리는 활동을 계획·실행하고 있다. 또 업사이클링이 발전함에 따라 모방이나 가짜 제품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어 디자인 인증에 대한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현재 20여 개 업체들이 협회에 가입하고 활동하고 있지만, 앞으로 업사이클 디자인을 주목하고 활용하는 디자이너와 기업이 더욱 늘 것이라고 예상한다. 디자인은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힘이 있다. 앞으로도 폐자원들이 얼마나 화려하고 아름다운 작품으로 탈바꿈 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업사이클에 대한 대중의 인식의 전환을 꾀하며 한국 업사이클 디자인계가 활성화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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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사이클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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