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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아름다움, 아름지기 가구展 - 절제美의 전통에서 실용을 찾다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의 창조적 계승을 위해 노력해 온 재단법인 아름지기(이사장 신연균)는 해마다 기획전시를 통해, 생활 문화 속에 있는 전통의 미감을 현대인의 생활방식에 맞게 재해석하고 있다. 올해는 전통 목가구의 아름다움을 반영한 기획전시 ‘생활 속의 아름다움, 아름지기 가구展 - 절제美의 전통에서 실용을 찾다’를 오는 1월 27일까지 플라토 삼성미술관에서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아트퍼니처의 관점에서 아름다운 가구를 발견하고 소개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후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이를 위해 가구 디자이너들은 전통의 미감과 정신을 토대로 합리성과 확산성을 염두하여 제작한 실용적인 가구들을 선보인다. 전시 구성은 하회마을의 전통가옥과 한옥을 모티브로 한 현대식 아파트 내부구조를 전시장내에 공간화 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했다. 이 과정에서 전통가옥의 비례감은 자연스레 가구의 조형성과 연결되었고, 가옥의 구성은 가구의 용도와 편리성을 결정짓는 토대가 되었다. 이로써 가구들은 전시장내의 전시물이 아닌 실제 주거 환경 속에서 공간과 유기적으로 호흡하고 사용자와 교감하는 생활가구로 그 가치를 더하게 된다.

 

참여 디자이너로는 김선태 · 신지훈 · 이미경 · 오세환 · 장민승 · 조형석 · 주상현 · 하지훈 · MAEZM · KAMKAM 등이 전시의 기획의도에 맞는 새로운 작품을 제안했다. 간결한 형태 속에 재료의 특성을 살려낸 담백한 멋은 다양한 공간의 특성에 맞게 제 각각의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서재에서 풍기는 선비의 청렴함, 침실에서 드러나는 여인의 단아한 장식미, 다실의 안정된 여유로움, 거실의 담담한 세련미, 부엌에서 보여지는 소박한 견고함 등은 우리 목가구가 현대의 생활공간과 조화롭게 어우러진 모습을 보여준다. 이에 이번 전시는 우리 전통 목가구의 미감에 내재된 정체성을 재해석하고 이를 실생활에 접목하여 현대 주거생활에 알맞은 생활가구로 풀어낸 젊은 디자이너들의 창의적인 도전을 엿볼 수 있다.

 

 

 

 

 

 

 

1. 신지훈

 

 

 

 

 

이 작품은 일곱 칸 기둥 사이로 강물과 병산의 하늘을 담은 병산서원 만대루에 감명을 받아 비움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디자인했다. 한국 전통가구에도 비움이 존재한다. 간결한 구조와 아름다운 비례로 만들어낸 여백에는 비움을 통해 얻어지는 무한한 채움의 가능성이 담겨 있다. 탁자와 의자도 가구에 기능을 부여할 최소한의 구조 외에는 여백으로 존재하도록 디자인했다. 가구의 여백은 주변의 빛으로, 공기로, 공간의 소리로 가득 차게 된다. 가구는 단순히 공간을 채우는 오브제가 아닌 공간과 사람을 소통하게 하는 매개물의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가구는 인간의 본질을 이해하고 공간의 의미를 포용해야 한다.

 

 

 

 

 

 

2. 조형석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가구에 대한 정체성을 찾는 과정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전통의 전형이 아이러니하게도 현대의 디자인 요소와 상당 부분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전통 건축 양식에서 보여지듯 우리의 가구 또한 인위적이지 않으면서 단순하고 절제된 현대의 미감과 어우러져야 하고(Natural X Modern), 절대적으로 기본에 충실했던 삶의 모습 속에서도 꾸며진 미의 부분을 놓치지 않고자 했다(Functional X Decorative). 또한 현대 생활 가구의 기본이 되는 대량생산과 우리 전통 가구의 손맛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메우고자 한 고민은 이번 디자인 작업의 시작점인 동시에 마지막 귀결점이 되었다(Handmade X Mass Production).

 

이러한 대척의 요소를 작품 안에 포용하기 위해 신소재나 트렌드 컬러와 같은 미래적인 장치를 완전히 배제하고, 가장 우리다운 소재인 ‘원목(물푸레나무)’과 한국인에게 가장 편안하고 유용한 ‘비례와 조형’에 집중했다. 또한 기계의 냄새가 나지 않는 ‘손맛’을 느낄 수 있도록 소파의 팔걸이 상단 부분과 데이 베드(Day Bed)의 한쪽 면에 자연스러운 선을 모듈화 하여 음각했다. 획일화되지 않은 선의 반복에서 오는 자연스러움은 장식적인 면뿐만 아니라 기능적인 면에서도 가구를 돋보이게 한다.

 

 

 

 

 

 

3. KAMKAM

 

 

 

 

 

이 작품은 한국의 전통 안에서 보여지는 미감을 생활 속으로 끌어들여 그 아름다움을 환기하고자 했다. 동시에 아이들이 재미있고 안전하게 가구를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전통의 미감을 현대적으로 재현함과 동시에 사용자인 어린아이를 보살피고자 한 의도는 이번 프로젝트의 디자인 키워드인 ‘보호(Protection)’의 개념과 연결된다. 가구에 있어 보호의 개념은 보살핌의 의미를 내포한다. 가구의 사용자가 될 아이들을 신체적인 상해로부터 자유롭도록 보살피며 가구를 이용한 놀이 활동을 통해 아이들의 정서를 보살핀다.

 

이에 각각의 가구들은 구조, 소재, 놀이의 방식, 형태와 선 등 다양한 부분에서 전통의 미감을 은유한다. 어린 아이들의 배를 감싸주던 두렁치마를 아동용 테이블인 두리반에 적용하고, 전통적인 변죽 구조를 패브릭(Fabric)으로 구현하여 아이들은 따뜻한 것을 끌어안듯이 가구와 마주하게 된다. 장식과 가구의 구조를 잡아주는 쇠붙이 장석의 일종인 귀장식은 부드럽고 도톰한 패브릭 소재를 사용하여 옷장의 모서리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해준다. 기차를 모티브로 차용한 의자들을 연결함으로써 자신만의 가구 놀이로 공간을 누비고, 운혜, 당혜의 선을 가져온 침대에서 아이들은 엄마의 따뜻한 보호와 보살핌을 느끼며 혼자서 잠이 든다.

 

 

 

 

 

 

4. MAEZM

 

 

 

 

 

 

A/V 기기들이 놓이게 되는 이 가구는 한국적인 단어 중에 ‘사이’와 ‘관통’에 관한 해석으로 제작했다. 매쉬(Mesh) 소재 사이로 언뜻 비춰지는 기기들은 온전히 그 모습을 숨기지 않고 존재하며, 이러한 구조를 통해 가구는 그 자체로 다채로움을 지닌다. 이것은 단순히 기능적인 이유만이 아닌 가구에 새로운 가능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고정되고 답답한 형상이 아닌 가벼움으로 형태를 전이시킴으로써 스스로 투명하지만 그 존재감이 분명하도록 했다. 또한 일정 단위로 나뉘어 제작된 유닛(Unit) 구성을 통해 공간에 맞는 자유로운 확장과 배치가 가능하게 했고, 이는 공간마다의 열림과 닫힘이 유동적으로 존재하는 전통 가옥의 특성과도 일맥상통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병풍의 기능은 공간의 배경이 됨과 동시에 시야를 차단하는 역할도 가지고 있다. ‘Light-through Partition’ 역시 위와 같은 기본적인 병풍의 기능을 지니고 있으며 더불어 그 안에 스스로가 빛을 담음으로써 다른 방식의 파티션(Partition) 역할을 하게 된다. 이것은 흡사 빛이 들어오는 창이거나 문 일수도, 혹은 벽일 수도 있다. 볕 좋은 날 한옥의 창호 사이로 스미는 햇살의 여유로움을, 혹은 그 상상을 즐길 수 있다.

 

 

 

 

 

 

5. 오세환

 

 

 

 

 

 

이 작품은 전통의 한옥과 가구들이 갖고 있는 구조적 아름다움에 주목하여 필요 없는 부분을 덜어낸 본질의 미에 초점을 맞추었다. 본질의 미는 가구가 지니고 있는 본연의 구조와 연결된다. 소파의 거대한 외관으로부터 불필요한 레이어(Layer)를 덜어내는 과정에서 소파 본연의 기능과 그 기능을 돋보이게 할 미관이 자연스레 균형을 잡는다. 소파의 제작은 생산이 용이한 방법을 선택했다. 레이저 컷팅(Laser cutting)은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생산 방법 중의 하나로 그 정밀함과 신속함으로 인해 대량 생산방식에 적합하다. 또한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구의 제작과 더불어 재활용에 대한 부분을 심도 있게 고민했다. 대부분의 소파들은 부분의 분리가 용이하지 않도록 여러 재료들이 혼재되어 있어 재활용이 불가능하며 폐기시 많은 쓰레기를 배출해낸다. 이러한 기존 소파 구조의 문제점에 착안하여 소재 별로 분리수거가 가능한 소파를 디자인했고, 이는 우리 전통의 가옥과 가구가 지니는 환경 친화적인 성격과도 맞물린다.

 

 

 

 

 

 

6. 장민승

 

 

 

 

 

 

오늘날 우리의 주거환경은 서구화된 입식구조를 지녔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공간에서는 입식과 좌식의 두 가지 생활양식이 병행되고 있다. 이에 전통적인 주거 공간에서 현대적인 양식이 자연스럽게 개입하는 곳이자 보편적으로 입식화된 공간을 주방으로 보았고, 따라서 이곳에 놓이는 의탁자(卓子)를 고안했다. 이때 미적인(Ethic)요소의 고민 보다는 공간에 알맞은 재료를 선택하고 그 재료를 어떠한 방법(Technic)으로 다듬을 것인가를 우선적으로 고민했다.

 

딱딱하고 밋밋하게 생긴 경단풍 의자는 이름 그대로 경단풍 나무로만 제작되었다. 단풍나무는 나무들 중 가장 밝은 편에 속하며 목리(나이테)가 화려하지 않기 때문에 가구재로서는 선호도가 매우 낮다. 하지만 경도가 높으며 탄성이 좋아 주로 악기나 운동기구와 같은 기능성 재료로 많이 사용되는데 이러한 목재의 특징은 가는 구조를 갖고서도 견고한 목의자를 만들 수 있게 해준다. 탁자는 의자와 마찬가지로 경단풍 나무 상판으로 제작했고 이는 대형 탁자의 크기를 과시하지 않는 역할을 한다. 상부를 지지하는 하부구조는 복사용지와 같은 표준규격의 철판을 다국적 설계도구와 판금기계로 자르고 접어 구조 자체가 형상이 되도록 했으며 이들은 다양한 산업 환경에서 숙련된 작업자들의 의해 분업 제작됐다.

 

 

 

 

 

 

7. 이미경

 

 

 

 

 

작가의 설치작업에 자주 등장하는 가구들은 작품의 내용을 구성하는 한 요소로서 주로 작품의 일상성을 드러내는 매개체로서 이용된다. 이들은 작품대의 역할을 하기도 하고 혹은 사회적인 만남의 장의 연출이거나 전시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도구로서 이용되기도 한다. 엄밀히 말해서 그것들은 가구라기보다는 전시 안에서 필요한 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는 도구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작품을 구성하는 도구적 요소였던 가구를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3.3m규모의 사랑방에 쓰일 가구라는 매우 실용적인 목적을 가지고 디자인 적으로 풀어보았다. 책상은 확장과 축소가 가능하도록 하여 공간 안에서 기능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사방탁자와 책장은 우리 전통가구의 비례와 미감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색상이나 재료의 다채로운 결합방식을 통해 그 개성이 드러나도록 했다.

 

 

 

 

 

 

8. 하지훈

 

 

 

 

 

전통을 주제로 작업을 한다는 것은 마치 잘 익은 과일을 대가 없이 따먹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엄청난 세월을 거치며 검증되어 온 결과물이기에 굳이 이것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지만, 옛 것의 계승 못지않게 전통에 동시대성을 부여하는 노력 역시 문화의 발전에 있어 필요한 과정이라고 본다. 새로운 생활방식과 기술, 재료 등이 전통과 결합하여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 넣어 주고, 이렇게 탄생한 결과물은 그 시대만이 갖는 시대성의 가치를 지닌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전통의 존중과 시대반영의 접점을 찾는 것이 이 시대의 디자이너에게 부여된 하나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원형소반은 전통의 형태를 존중하면서 현대적 미감을 반영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조명 갓을 제작하는데 주로 사용하는 알루미늄 성형기술을 이용하여 무게감을 줄이고 목재와 알루미늄이 가지고 있는 재료자체의 질감이 잘 표현되도록 했다.

 

 

 

 

 

 

9. 김선태

 

 

 

 

 

테이블은 얇고 가는 선적인 요소를 살려 경쾌한 이미지로 디자인했다. 나무다리 밖으로 연장하여 나온 작은 금속프레임은 선적인 요소와 함께 담백한 구조를 특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단풍나무를 붙여 넓게 만든 원형 상판을 통해 나뭇결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가늘고 긴 형태의 화장대는 단풍나무의 화사함으로 여성미를 강조하고, 화장대로서 뿐만 아니라 여자의 개인공간에서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크기에 변화를 주었다. 화장대에 놓인 경대는 여러 조각의 작은 자개를 덧붙여 장식하고 나뭇결과 자개의 조화가 어우러지도록 디자인했다. 화장대 앞에 놓인 스툴(Stool)은 우리 전통의 무지개떡과 색동무늬에서 보이는 색띠에서 영감을 받아 다양한 색상을 가진 여러 종류의 나무를 사용하여 제작했다. 자연이 부여한 나무의 다양한 색은 화장대의 담담한 세련미와 어우러져 가구에 개성을 더한다.

 

 

 

 

 

 

10. 주상현

 

 

 

 

 

이번 프로젝트의 한 과정으로 진행 된 워크샵을 통해 여러 한옥을 만나고 전통의 미감을 불러일으키는 한옥의 다양한 요소 중에 머름 칸을 디자인의 포인트로 삼았다. 머름 칸은 미닫이 문지방 아래에 대는 널조각으로 실내와 실외의 공간을 구분 짓는 역할을 한다. 침대의 한쪽 면에 머름 칸을 적용함으로써 개방의 공간에서 개인적인 공간으로의 넘음을 은유하고자 했다. 침실은 지극히 개인적인 ‘쉼(Relaxation)’의 공간이며, 침대는 이 공간에 기능을 부여하는 가구이다. 머름 칸에서 차용한 팔걸이에 팔을 거는 넉넉함과 누워서의 아늑함은 기능에 충실한 가구 본연의 정직한 모습에 기인한다. 눈에 띄는 장식을 배제하고 탄탄한 구조와 나지막한 비례에 집중하여 머름 칸을 팔걸이 삼아 바깥 풍경을 내다보는 안락함을 침대에 담아내고 싶었다.

 

옷걸이는 ‘봄(look)’의 기능과 만났다. 한옥의 기둥에 걸던 좁고 긴 거울인 주련경(柱聯鏡)에서 영감을 받아 거울의 기능이 곁들여진 옷걸이를 만들었다. 침대와 옷걸이 모두 한국가구에 맞는 아름다운 비례를 찾아나가는데 집중하면서 결 좋은 목리의 물푸레나무(Ash)를 대패질하고 집성하여 제작했다. 군더더기 없이 좁고 긴 비례에서 시각적인 청아함이 느껴지는 것은 한옥의 처마에 걸린 푸른 하늘을 거울삼아 자신을 들여다 본 마음의 풍요가 연상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Tag
#전시 #건축 #가구 #아름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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