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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계를 향한 아날로그 인터페이스 _ 이주연
2010.02.16hcmoon 조회 (5031) 추천 (추천1) 스크랩 (스크랩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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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계를 향한 아날로그 인터페이스

 

글  이주연


최근 공중파 TV를 포함하여 한국의 거의 모든 매체가 애플사의 타블릿 PC인 ‘아이패드(iPad)’ 발매를 핫한 이슈로 다루었다. 뉴스는 타블릿 PC의 새로운 기능, 상업적 성공 가능성 그리고 그것이 한국 업계에 미칠 영향 등을 다루었다. 타블릿 PC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바로 인터페이스의 변화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이미 입증된 터치 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키보드와 마우스가 사라진 손안의 PC는 가벼운 터치로 운용된다. 대부분의 뉴스 보도에서 타블릿 PC로 책이나 신문을 보듯 페이지를 넘기는 장면을 소개하면서 인쇄방식의 올드 미디어가 디지털 매체 안에서 새롭게 활용될 것임을 강조했다. 터치 스크린을 통해 책장을 넘기는 이 모습은 아날로그 방식을 디지털로 재매개한 예이다. 디지털 디자인에서 표준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그것을 평가하는 기준 또한 유동적이다. 여기서 아날로그를 재매개한 인터페이스 디자인은 유저 혹은 관람객을 새로운 정보와 경험으로 이끄는 흥미로운 전략 가운데 하나인데, 미디어 아트 역시 20세기의 모든 미디어의 형식과 형태를 탐색하고 융합시키는 과정을 통해 관객들을 매혹시키고 각성시켜왔다.

독일의 철학자이자 미디어 이론가 노베르트 볼츠(Norbert Bolz)는 인터페이스 디자인을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수사학이라고 말한 바 있다. 즉 인터페이스 디자인은 다양한 응용 기기 속에서 작동하는 컴퓨터가 만들어낸 새로운 세계와 만나게 해주는 수 많은 방식의 통로에 대한 디자인이라는 것이다. 과학과 공학을 위한 초고속 계산 엔진에서 출발한 컴퓨터는 이제 다양한 응용 기기 속으로 흡수되었고 미디어가 되었다. 사람들은 이러한 응용물의 기능과 성능에 관심을 가질 뿐, 컴퓨터가 우리의 생활과 문화의 전면에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무감각 하다. 인터페이스는 따라서 컴퓨터가 등장하기 이전부터 존재했던 실재와 컴퓨터가 만들어낸 실재를 연결해주는 통로이다.

인터페이스 구축은 크게 ‘투명성의 전략’과 ‘반성적 전략’으로 설명될 수 있다. 미디어 이론가 제이 D. 볼터(Jay D. Bolter)에 따르면 먼저 ‘투명성의 전략’은 GUI(Graphic User Interface)의 평평한 시야를 다양한 형태의 컴퓨터 스크린 위에서 3차원으로 바꿔 재현하는 것이다. 영화 아바타를 생각해 보자. 관객들은 투명한 스크린을 뚫고 3D 그래픽의 세계 속에 완전히 빠져들고 몰입하게 된다. 반면 아날로그 디자인은 투명성에 상대되는 ‘반성적 전략’이다. 유저 혹은 관람객이 인터페이스를 통해서 보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 오브제나 인터페이스 앞에서 바라보게 한다. 다니엘 로진(DANIEL ROZIN)은 90년대 후반 <나무 거울(Wooden Mirror)>에서부터 최근작 <거울의 거울(Mirrors Mirror)>에 이르는 작품들을 통해 인터페이스라는 것이 사용자를 반영하는 거울임과 동시에 반영된 이미지가 변형되고 재결합되는 가상의 세계를 향한 통로나 창구임을 보여준다. 특히 그의 작품에서는 디지털 이미지를 창조하기 위한 인터페이스로 나무 블록, 종이조각, 거울 등을 사용함으로써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의 경계를 흐려놓는다.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각도와 색을 달리하며 피사체의 이미지를 반영하는 나무조각, 혹은 거울 조각들로 이루어진 아날로그 인터페이스를 통해 디지털의 인공물은 가상의 세계로 사라지지 않고 우리의 현실 속에서 호흡하게 된다.


그림 1. (왼쪽) 다니엘 로진, ‘Weave Mirror’, 2007 © Daniel Rozin / 
         (오른쪽) 다니엘 로진, ‘Mirrors Mirror’, 2008 © Daniel Roz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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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기술 두 영역을 넘나드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미디어 아티스트들은 기술과 사용자 사이의 관계에 대한 깊은 고민과 성찰을 바탕으로 실험적인 인터페이스를 구축해낸다. 인터페이스는 저 너머 세계로 연결해 주는 통로나 창문의 차원이라기 보다는 미디어 아트 자체라고 할 수 있는데, 인터페이스 디자인이 바로 그 인터페이스를 사용하는 관객의 경험을 실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디어 아트는 탈신체적이거나 비물질적인 것일 필요가 없으며, 아날로그를 매개로 한 인터페이스는 바로 이 지점에서 다양한 접근 방법과 전략을 취하고 있다. 먼저 미디어 아트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아날로그 인터페이스 디자인의 1차적인 방식은 우리에게 익숙한 올드미디어를 직접적으로 활용하는 경우이다. 크리스타 솜머러와 로랑 미노뇨(Christa Sommerer and Laurent Mignoneau)의 작품 <생명 타자기(Life Writer)>는 1800년대를 대표하는 미디어인 타자기를 활용한 인터페이스에 문자를 입력함으로써 관람객을 인공생명체를 탄생, 경쟁, 소멸시키는 과정에 참여하게 만든다. <바틀로직스(Bottle Logics)>에서  이준은 무언가를 담기 위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오브제인 병을 매개로 새로운 리얼리티를 담아내는 한편, 관람객들로 하여금 ‘병’을 통해 시각과 청각, 미각(味覺)이 하나로 통합된 예술을 체험케 한다.


그림 2. 크리스타 솜머러&로랑 미노뇨, ‘Life Writer’, 2006~2008 © Christa Sommerer &Laurent Mignonneau

  
그림 3. 이준, ‘Bottle Logics’, 2009 © 이준

나아가 미디어 아트에서 아날로그 인터페이스 디자인은 근본적으로 관객의 경험을 이끌어 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감각에 의존하며, 더 단순하고 간단한 조작을 통해서 메시지에 접근하도록 한다. 미국의 작가 스캇 스니브(Scott Snibbe)의 <불어넣기(Blow Up)>는 ‘호흡’이라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경험과 생존 방식을 인터페이스의 중심에 놓았다. 12개의 대형선풍기를 전시장에 설치하고, 그와 연결된 미니어처 선풍기에 관람객이 바람을 불어넣음에 따라 전시장을 증폭된 바람으로 가득 채운다. 한 관객이 불어넣은 숨은 전시장 전체를 채우고 다른 관객이 또 다시 바람을 불어 넣을 때까지 유지 되기도 하면서 ‘숨’을 통한 타인과의 교감, 소통, 공간과의 교류를 보여준다. 한편 줄리엔 매어(Julien Maire)의 퍼포먼스 <디지트(Digit)>는 컴퓨터도 없고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나 디스플레이도 없이 오직 작가의 손짓만으로 관객들을 마술 같은 텍스트의 세계로 인도한다. 이미지의 영사방식과 글쓰기의 방식이 결합시킨 인터페이스를 통해 작가의 손가락이 빈 종이 위를 스쳐지나 감에 따라 인쇄된 글자들이 생겨나고, 관객들은 파편화된 텍스트를 따라 새로운 사유의 길을 간다. 


그림4. 스캇 스니브, ‘Blow Up’, 2005~2008 © Scott Snib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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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줄리엔 메어, ‘Digit’, 2007~2008 © Julien Maire

한편 미디어 이론가 브루스 토크나치니(Bruce Tognizzini)는 인터페이스 디자이너(여기서 디자이너와 예술가의 구분은 불필요하다)를 마술사와 비교한다. 마술사가 항상 두 가지 실재를 다루는 것처럼, 인터페이스 디자이너는 디지털 응용 프로그램이 만들어내는 세계와 사용자의 물리적 세계를 한 그림 안에서 구축하고, 사람들이 이 두 세계를 교차할 때 느끼게 되는 긴장감이나 낯설음을 완화시킴으로써 그들을 새로운 경험으로 이끈다. 줄리안 올리버(Julian Oliver)의 <레벨 게임(Level Game)>은 작은 종이상자 모양의 게임장치로 관람객들은 주사위 놀이를 하듯 종이상자를 움직여가면서 가상공간의 아바타가 문을 통과하여 방과 방을 움직이며 빠져나가도록 한다. 보다 전복적인 방식으로, 줄리어스 폰 비스마크(Julius Von Bismarck)의 <이미지 저격수(Image Fulgurator)>는 마치 권총처럼 생긴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사진 위에 의외의 이미지를 새겨 넣는다. 타인의 사진기에서 나오는 플래쉬에 반응한 섬광은 오바마가 연설했던 연단에 십자가를 새겨 넣고, 중국 지도자의 사진 위에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를 새겨 넣으면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은 전복적인 경험을 만들어 낸다. 우스만 하크(Usman Haque)의 <원격(Remote)>에서는 보스턴이라는 물리적 공간과 세컨 라이프(Second Life)의 가상 공간의 요소들과 움직임이 상호 작용하면서 서로를 원격으로 통제한다.


그림 6. 줄리안 올리버, ‘Level Head’, 2008~2009 © Zachary Lieber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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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7. 줄리어스 폰 비스마크, ‘Image Fulgurator’, 2008 © Julius Von Bismarck


그림 8. 우스만 하크, ‘Remote’, 2008, © Usman Haque


미디어로서 컴퓨터는 우리의 물리적이며 사회적인 세계의 일부이다. 따라서 미디어 아트 역시 우리의 물리적, 문화적 환경에 토대를 두고 있어야 하며, 이것은 디지털 디자인의 다른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앞에서 소개한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발견할 수 있는 것처럼, 아날로그가 재매개된 인터페이스 디자인은 디지털 기술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문화적 활동이 추구하고 있는 인터랙션 디자인, 감각 디자인, 경험 디자인을 향해 가는 한 가지 전략일 것이다.



이주연

현대미술을 전시하는 미술관에서 오직 ‘미디어 아트’로 특화된 비엔날레인 서울국제미디어 아트 비엔날레(미디어_시티 서울)를 진행했고, 미디어 아트 & 문화의 다양한 활동들, 생산자들을 매개하는 채널을 지향하는 앨리스온(
www.aliceon.net)의 에디터로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현대미술과 확장된 미디어 문화를 오가며 전시기획, 비평, 교육 등의 활동을 해오고 있다.

 

 

tag인터페이스, 투명성 전략, 반성적 전략, 아날로그, 미디어 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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